56%.
스피또500 한 장의 기대 환급률이다. 1만 원어치를 사면 통계적으로 5,600원을 돌려받는 구조. 나머지 4,400원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 숫자를 아는 사람도 즉석복권을 산다. 그중 상당수가 동행복권 사이트에서 "출고율"을 확인하고 구매 시점을 저울질한다. 출고율 80%를 넘긴 회차에서 1등이 아직 안 나갔다면 남은 복권에 1등이 숨어 있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논리가 실제 기대값을 바꿀 수 있는지는 계산해 봐야 안다.
출고율은 판매율이 아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다.
동행복권이 공개하는 수치의 정식 명칭은 "판매점 입고율"이다. 본사 창고에서 전국 판매점으로 출고된 비율을 뜻한다. 출고율 80%는 발행량의 80%가 판매점까지 도착했다는 것이지, 소비자가 80%를 사 갔다는 뜻이 아니다.
판매점에 쌓여 있는 복권도 출고율에 포함된다. 진열대 위에 놓인 것도, 뒷방 박스 안에 있는 것도 출고 완료 상태다. 동행복권은 실제 판매율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출고율과 판매율 사이에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출고율을 판매율과 같다고 놓는 순간, 이후 모든 확률 계산은 실제보다 부풀려진다.
1등 확률은 정말 올라가는가
그럼에도 출고율이 높고 1등이 남아 있으면 유리한 건 맞지 않을까. 수치로 따져 보겠다.
스피또500 한 회차 발행량은 2,000만 장이다. 1등은 5장. 발행 직후 구매자의 1등 확률은 400만 분의 1.
출고율 80%가 전부 판매되었다고 가정하자. 1,600만 장이 소비자 손에 들어갔고, 이 중 1등이 한 장도 안 나왔다면 남은 400만 장 안에 5장이 있다. 확률은 80만 분의 1. 초기 대비 5배다.
수치만 놓고 보면 꽤 매력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두 가지 변수가 이 계산을 흔든다.
하나는 앞서 말한 출고율과 판매율의 격차다. 출고율 80%일 때 실제 판매 물량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미판매 복권이 400만 장이 아니라 600만 장이면 확률 상승 폭은 쪼그라든다.
다른 하나는 "잔여"라는 단어의 의미다. 출고율 현황판에서 "1등 잔여 5장"은 당첨금이 청구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누군가 1등 복권을 이미 구매해서 아직 긁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잔여 5장 전부가 미판매 복권 안에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환급률이 정하는 게임의 구조
출고율 분석에 몰두하다 보면 하나의 본질을 지나치기 쉽다.
즉석복권의 기대값은 구매 금액보다 낮다. 세 종류의 스피또를 놓고 보면 그 구조가 드러난다.
스피또500 — 500원에 최대 2억 원. 환급률 56%. 10만 원어치를 사면 기대 수령액은 5만 6,000원이다. 4만 4,000원은 구조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스피또1000 — 1,000원에 최대 5억 원. 환급률 60%. 가격이 두 배지만 환급률도 4%p 높다. 10만 원 기준 기대 수령액 6만 원.
스피또2000 — 2,000원에 최대 10억 원. 환급률 60.25%. 세 종류 중 가장 높지만 1000과의 차이는 0.25%p에 불과하다. 아울러 2장 세트(4,000원) 구매 시 세트 전용 당첨금이 별도로 존재해 최대 20억 원까지 노릴 수 있다.
환급률 56~60%는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100원을 넣으면 56~60원을 돌려주는 구조라는 것이다. 출고율을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하더라도 이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모든 등수의 당첨금을 확률로 가중 평균한 전체 기대값은 복권 발행 시점에 확정되기 때문이다.
출고율이 좌우하는 것은 1등의 조건부 확률이다. 전체 기대값이 아니다. 이 구분이 관건이다.
그래서 출고율을 봐야 하나
봐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출고율이 높고 1등이 남은 회차를 고르면, 최소한 1등이 이미 소진된 회차를 피할 수 있다. "가능성이 있는 복권을 골랐다"는 감정적 만족도 오락의 한 부분이다.
다만 이것을 전략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400만 분의 1이 80만 분의 1로 바뀌어도 기대값은 여전히 마이너스인 셈이다. 출고율 분석이 가져다주는 것은 "유리한 선택"이 아니라 "덜 불리한 선택"에 가깝다.
즉석복권은 오락이고, 오락에는 비용이 따른다. 환급률이 그 비용을 정한다. 출고율은 그 비용을 줄여주지 않는다.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면 출고율 현황판에서 회차별 잔여 수량을 살펴보거나, 시뮬레이터에서 특정 회차 데이터를 반영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