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000원, 다른 설계도
월 700만원을 20년간 받는 복권이 있다. 총액 16억8000만원. 로또 6/45의 1등 평균 당첨금은 약 20억원대, 한 번에 수령하는 구조다. 가격은 둘 다 1,000원.
세금을 통과시키면 풍경이 바뀐다. 16억8000만원은 13억1040만원이 되고, 20억원은 13억7300만원이 된다. 세전 3억2000만원이던 격차가 세후 6260만원까지 쪼그라드는 셈. 같은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세금이 흐르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금복권 720+의 당첨 체계
연금복권 720+는 1조(組)부터 5조까지, 각 조에 000000~999999의 6자리 번호가 배정된다. 추첨은 매주 목요일.
| 등위 | 조건 | 당첨금 | 확률 |
|---|---|---|---|
| 1등 | 조+6자리 일치 | 월 700만원 x 20년 | 1/5,000,000 |
| 2등 | 끝 6자리 일치(조 불일치) | 월 100만원 x 10년 | 1/1,250,000 |
| 3등 | 끝 5자리 | 100만원 | 1/111,111 |
| 4등 | 끝 4자리 | 10만원 | 1/11,111 |
| 5등 | 끝 3자리 | 5만원 | 1/1,111 |
| 6등 | 끝 2자리 | 5,000원 | 1/111 |
| 7등 | 끝 1자리 | 1,000원 | 1/11 |
| 보너스 | 보너스 6자리 일치 | 월 100만원 x 10년 | 1/1,000,000 |
2등과 보너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둘 다 월 100만원을 10년간 수령하는 구조, 총 1억2000만원에 해당한다. 연금형 지급이 1등에만 걸려 있는 게 아닌 것. 설계 자체가 목돈 한 방이 아니라 분산 지급을 근간으로 깔고 있다는 뜻이다.
309회차까지 누적 1등 당첨자는 364명. 인터넷 구매 당첨이 226명으로 62%를 차지했다. 이번 주 연금복권 분석에서 최신 회차를 확인할 수 있다.
세율 구간 하나가 수억 원의 차이를 만든다 — Unsplash, Jakub Żerdzicki
세금이 가르는 분기점
복권 당첨금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원천징수 방식으로 과세된다(소득세법 제129조).
200만원 이하 비과세. 2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2%(소득세 20% + 지방소득세 2%). 3억원 초과분 33%(소득세 30% + 지방소득세 3%).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연금복권은 매월 700만원이 독립된 과세 단위가 되므로 33% 구간에 진입할 일이 없다. 20년을 받든 200년을 받든 세율은 22%로 고정. 반면 로또 20억에 당첨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3억까지는 22%지만 나머지 17억에는 33%가 붙는다. 세금 총액이 약 6억2700만원. 수중에 남는 돈은 약 13억7300만원이다.
연금복권 세전 16억8000만원, 로또 세전 20억원. 원금 차이 3억2000만원. 그런데 세후에는? 6260만원. 세율 구간 하나가 3억 넘는 격차를 거의 지워버린 꼴이다.
세금 계산기에서 금액별 세후 수령액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다.
확률과 수령, 구조가 갈리는 지점
| 항목 | 로또 6/45 | 연금복권 720+ |
|---|---|---|
| 가격 | 1,000원 | 1,000원 |
| 1등 확률 | 1/8,145,060 | 1/5,000,000 |
| 1등 당첨금 | 변동 (평균 20억대) | 고정 16.8억원 |
| 수령 방식 | 일시불 | 월 연금 20년 |
| 세율 | 3억 초과분 33% | 매월 22% 고정 |
| 세후 실수령 | 약 13.7억원(20억 기준) | 13.1억원 |
| 추첨일 | 토요일 | 목요일 |
확률부터 보자. 로또 1등 8,145,060분의 1. 연금복권 1등 5,000,000분의 1. 연금복권 쪽이 약 1.6배 유리한 숫자다. 다만 로또에는 캐리오버가 있다. 1등이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이 이월되어 40억, 50억까지 불어나는 구조. 연금복권은 그런 게 없다. 1등은 언제나 월 700만원이고, 거기서 끝이다. 기대값의 진폭 자체가 다른 상품인 셈.
일시불과 연금, 같은 출발선에서 갈라지는 두 경로 — Unsplash, Stacy
수령 방식은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다. 20억을 한꺼번에 받으면 투자할 수 있다. 부동산이든 금융상품이든, 원금이 일하게 만들 기회가 열린다. 대신 3년 안에 다 쓰는 사람이 상당수라는 통계도 있다.
월 546만원을 20년간 받는 쪽은 안정적이다. 매달 들어오니까 생활 설계가 가능하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20년 후 546만원의 구매력이 오늘과 같을 리 없다. 연 3% 물가상승을 가정하면 20년 뒤 실질 가치는 300만원 안팎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뭘 사야 하나
솔직히, 답은 없다.
세금 효율만 놓으면 연금복권이 유리하고, 확률도 1.6배 낫다. 그런데 당첨금 총액과 자금 운용의 자유도에서는 로또가 앞서고, 캐리오버라는 변수까지 있다. 구조가 다르니 우열을 매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일 수 있다.
필자가 권하고 싶은 건 하나다. 적어도 구조를 알고 사라는 것. 매주 1,000원을 쓰는 행위가 같아 보여도, 그 1,000원이 타고 가는 경로는 전혀 다르다. 연금복권 당첨번호와 당첨 확인에서 매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