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동행복권이 모바일 로또 이용자에게 허용한 회차당 구매 한도다. PC와 합산이니 실질적으로 새로운 돈이 풀린 건 아니다. 약 20년 만의 판매 채널 확대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열린 문의 폭은 생각보다 좁았다.
2월 9일, 동행복권 모바일 웹페이지를 통한 로또복권 판매 시범운영이 시작됐다. 한 달이 지났다. 모바일 로또는 복권 시장에 무엇을 바꿔놓았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을까.
구매 동선: 앱이 아니라 모바일 웹
먼저 구조를 짚어야 한다. '복똑방'이라는 이름의 공식 앱이 있지만, 이 앱에서 로또를 직접 살 수는 없다. 판매점 찾기, 당첨 결과 확인, 모바일 슬립 저장 등 정보성 기능만 담겨 있을 뿐이다.
실구매는 동행복권 모바일 웹(dhlottery.co.kr)에서 이루어진다. 회원가입, 실명 확인,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쳐 예치금을 충전한 뒤 로또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모바일 판매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6시~자정. PC는 일~금 오전 6시~자정, 토요일은 오전 6시~오후 8시까지 열리지만, 모바일에서는 주말 구매가 막힌다. 토요일 추첨 직전에 모바일로 한 장 사보겠다는 수요를 아예 차단한 셈이다.
회차당 5,000원이라는 한도는 PC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모바일이 추가된 뒤에도 합산 한도는 바뀌지 않았다. 동행복권 공지에 따르면, 인터넷 판매 총량은 전년도 연간 판매액의 5% 이내로 운영된다. 이 천장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채널이 늘어도 파이는 같다.
동행복권 모바일 웹 메인 화면 (출처: 동행복권)
한 달 성적표: 한도 소진, 조기 마감
모바일 채널 분리 매출은 동행복권이 공개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이 보여준 신호가 하나 있다. 1213회차 인터넷 판매 조기 마감이다.
동행복권은 공지를 통해 "인터넷 판매 한도 소진으로 온라인 구매가 조기 마감될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다. 모바일 도입 이후 인터넷 판매 총량의 5% 한도에 도달해 조기마감이 발생한 것은 확인된다. 회차별 전체 판매액을 보면, 1211회 1,349억 원, 1212회 1,317억 원, 1213회 1,311억 원, 1214회 1,248억 원이다. 모바일 출시 직후 네 회차 합산 5,225억 원 수준으로, 전체 규모 자체에 급격한 변동은 없었다.
구조적으로 보면 이런 그림이다. 전체 파이가 커진 게 아니라, 기존 온라인 파이를 모바일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구매를 원하는 이용자 사이에 조기마감이라는 병목이 생겼다.
이용자 반응: 앱 평점 2.0, 불만의 내용
복똑방 앱의 Google Play 평점은 2.0점(5점 만점, 리뷰 164건), App Store 평점은 1.4점(평가 206건)이다. 정보 앱 치고도 낮다.
부정 리뷰에서 반복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실행 중 튕김, 인터넷 연결 오류, 구매 동선 혼란. "앱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웹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불만이 눈에 띈다. 구매 기능이 없는 앱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설치한 이용자가 상당수인 모양새다.
긍정 리뷰에서 언급되는 요소는 모바일 슬립 저장의 편리함, 수동 번호 구매 동선 개선, 판매점 검색 기능 정도다. 다만 이마저도 전체 평점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다운로드 수는 Google Play 기준 10만 건 이상. App Store는 누적 지표를 공개하지 않아 합산은 불가하다.
판매점 9,338개소: 오프라인은 괜찮은가
모바일 출시와 함께 가장 자주 제기되는 질문이 오프라인 판매점의 미래다.
동행복권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온라인복권(로또) 판매점은 9,338개소다. 2025년 한 해에만 759개소가 신규 등록됐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으로 약 2,665개소가 추가된 것으로 집계된다. 모바일 도입 직전까지 판매점은 오히려 늘고 있었다.
단, 이 수치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체 복권 판매점(15,857개소)과 온라인복권 판매점(9,338개소)은 지표 범위가 다르다. 전체 복권에는 즉석식 복권(스크래치) 전용 판매점이 포함돼 있어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동행복권 대표는 "판매점의 취약계층 자립 기반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모바일이 오프라인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공식 입장인 셈이다. 관건은 이 약속이 인터넷 판매 한도 상향 논의가 본격화될 때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는 어떻게 열었나
해외 사례를 보면, 한국의 모바일 로또는 상당히 보수적인 축에 속한다.
영국 National Lottery는 공식 앱에서 Lotto, EuroMillions 등 주요 복권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별도 웹 경유 없이 앱 내에서 결제까지 완결되는 구조다. 일본은 다카라쿠지 공식 사이트를 통해 로토, 넘버즈 등을 원칙상 24시간 인터넷 구매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다만 일부 은행 판매 사이트의 야간 시간대는 예약 취급). 미국은 주(州)마다 상이하나, 버지니아주처럼 모바일과 PC 모두에서 온라인 복권 게임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통점은 모바일이든 웹이든, 하나의 경로에서 구매까지 완결된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앱은 정보용, 구매는 별도 모바일 웹이라는 이중 구조를 채택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남은 변수: 한도 상향과 주말 개방
모바일 로또 한 달의 기록은 이렇게 요약된다. 채널은 확대됐으나 한도는 그대로, 수요는 몰렸으나 파이는 동일, 앱은 내놨으나 구매는 불가.
향후 두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첫째, 인터넷 판매 한도(전년 판매액 5%)의 상향 여부. 조기마감 사례가 반복되면 한도 조정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 현행 복권 및 복권기금법(시행 2026-01-02, 법률 제21065호) 체계 아래에서 제도 변경 논의가 필요할 수 있는 사안이다.
둘째, 주말 판매 개방. 현행 월~금 운영은 토요일 추첨이라는 로또의 시간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금요일 자정까지 구매를 마쳐야 한다는 조건은, 모바일의 편의성을 절반쯤 잘라 내는 효과를 낳고 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이용자 수요는 이미 현재의 제도적 천장에 부딪혔다. 관건은 그 천장을 얼마나, 언제, 어떤 조건으로 높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