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2일 토요일 저녁. 로또 6/45가 시작된 지 넉 달째, 전국의 편의점과 복권 판매소 앞에는 긴 줄이 사라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날 밤 추첨기에서 떨어진 공 여섯 개, 6, 30, 38, 39, 40, 43, 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1등 당첨금 약 407억원. 로또 역사상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최고 기록이다.
캐리오버가 만든 눈덩이
407억은 하루아침에 쌓인 금액이 아니다.
로또 6/45의 1등 당첨금은 총 판매액의 일정 비율에서 배분되는데, 1등 당첨자가 없으면 해당 금액이 다음 회차로 이월된다. 이른바 캐리오버(Carry Over). 19회 직전, 13회와 18회에서 연달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월된 상금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19회 추첨일에는 판매액마저 폭발했다.
로또 도입 초기에는 캐리오버 상한이 최대 5회였다. 하지만 정부는 과열을 우려해 2003년 2월 8일 추첨분부터 이월 횟수를 2회로 축소했다. 동행복권 공식 게임안내에 따르면 현재도 1등 당첨금은 최대 2회까지 이월 가능하고, 3회째에도 1등이 없으면 2등 당첨금에 포함된다. 19회 407억원은 이미 축소된 2회 이월 규칙 아래에서 형성된 잭팟이었다.
로또 광풍, 그 한가운데
19회가 나온 2003년 상반기는 한국 복권 역사에서 유례없는 과열기였다.
2002년 12월 첫 추첨이 시작되자마자 로또는 사회 현상이 됐다. 10회(2003년 2월 8일) 판매액은 2608억원으로 치솟았고,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전국민적인 로또 열풍"이라 표현했다. 매일경제도 "로또 복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고 보도한 시기다. 2003년 연간 로또 판매액은 3조8254억원으로 집계됐다.
복권 판매 키오스크, Photo by Peaton Hugo on Pexels
그 열기의 정점에 19회가 있었다. 한 장에 천 원. 407억의 가능성을 천 원에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그해 봄 수백만 명의 발걸음을 복권 판매소로 이끌었다.
세후 318억, 당시 세율은 달랐다
407억원을 그대로 받을 수는 없다. 복권 당첨금에는 세금이 붙는다.
현행 세법은 3억원 이하 22%, 3억원 초과 33%(소득세+주민세)를 적용한다. 그런데 2003년에는 사정이 달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소득세법 제129조 연혁을 보면, 당시 복권 당첨금에 적용된 원천징수세율은 기타소득 20%였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한 30% 별도 구간은 이후 세법 개정으로 신설된 것이다.
만약 같은 금액이 현행 세율로 과세됐다면 세후 수령액은 이보다 줄어든다. 시점에 따라 세금 구조가 달라진다는 점은 고액 당첨의 이면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다.
407억 이후, 역대 TOP 5
19회 이후에도 로또 1등 당첨금이 100억을 넘긴 사례는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407억에 근접한 기록은 아직 없다.
| 순위 | 회차 | 추첨일 | 1등 당첨금 | 당첨자 수 |
|---|---|---|---|---|
| 1 | 19회 | 2003-04-12 | 약 407억원 | 1명 |
| 2 | 25회 | 2003-05-24 | 약 242억원 | 2명 |
| 3 | 20회 | 2003-04-19 | 약 194억원 | 1명 |
| 4 | 43회 | 200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