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산 로또, 1등은 누구의 돈인가
토요일 저녁 7시 반. 식탁 위에 볼펜 네 개가 놓여 있다. 아빠는 자기 생일을 적는다. 엄마는 늘 찍는 7을 먼저 쓴다. 중학생인 딸이 "나는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 19"라고 말한다. 막내는 눈에 띄는 칸 아무 곳이나 동그라미를 친다.
천 원짜리 한 장이다. 종이 위에 네 사람의 손이 다 들어가 있다.
그 종이가 정말 1등이 된다면, 그 돈은 누구의 돈인가.
질문이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게 들린다. 당연히 우리 가족 돈이지. 그런데 세법은 그 당연함을 당연하게 봐주지 않는다. 같은 식탁에서 같이 번호를 뽑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당첨금 자체에는 세금이 더 붙지 않는다
1등 20억이라고 해보자. 복권 당첨금은 기타소득 분리과세 대상이다. 3억원까지는 22%(소득세 20%·지방소득세 2%), 3억을 넘는 부분에는 33%(소득세 30%·지방소득세 3%)가 원천징수된다. 수령 창구에서 이미 떼고 준다. 그걸로 국세는 끝이다. 다른 소득이 있어도 합산되지 않고,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도 없다.
깔끔한 구조다. 국세청 입장에서도 처리가 간단하다. 창구에서 한 번에 원천징수하고, 그걸로 종결. 수령자가 누구인지,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나눠주면?
로또 1등 창구에서 돈을 받는 사람은 한 명이다. 종이를 들고 온 사람이다. 식탁에 네 명이 앉아 있었다고 해서 수령증에 네 사람 이름이 같이 올라가지 않는다. 아빠 이름으로 수령했으면 일단 전액이 아빠 계좌로 들어간다.
여기에 가족은 당연한 것처럼 움직인다. 엄마한테 얼마, 딸한테 얼마, 막내한테 얼마. 우리 다 같이 뽑은 거니까.
국세청은 그 움직임을 가만히 보지 않는다. 외형만 놓고 보면 한 사람이 받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이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증여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이 낸다. 아빠가 엄마한테 5억을 주면 엄마가 낸다. 딸에게 1억을 주면 딸이 낸다.
세법은 깔끔한 구조를 원하지만, 식탁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네 사람의 손이 한 종이 위에 모였다는 이야기는, 세법 앞에서는 '누구의 돈으로 샀느냐'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 출처: Unsplash / Barnabas Piper
관계마다 계산이 달라진다
증여세에는 관계별 공제가 있다. 10년 합산 기준이다.
| 증여자 → 수증자 | 공제 한도 (10년) |
|---|---|
| 배우자 | 6억원 |
| 직계존속 → 성년 자녀 | 5천만원 |
| 직계존속 → 미성년 자녀 | 2천만원 |
| 직계비속 → 부모 | 5천만원 |
| 기타 친족 (형제, 4촌 이내 인척 등) | 1천만원 |
2024년부터 혼인·출산 특별공제가 추가됐다. 자녀의 결혼 전후 2년 이내, 또는 출생·입양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이 증여하는 경우 각각 1억원씩 추가 공제된다. 배우자 공제 6억이 가장 크고, 나머지는 확연히 작다.
공제를 넘는 부분에는 누진세율이 붙는다. 1억 이하 10%, 5억 이하 20%, 10억 이하 30%, 30억 이하 40%, 30억 초과 50%. 실제 계산은 누진공제액이 있어 단순 곱셈은 아니지만, 감은 저 표에서 온다.
앞서 가정한 20억, 세후 실수령 13억7300만원을 가족에게 나눠준다고 해보자.
- 아빠가 엄마에게 6억8650만원(절반): 6억 공제 후 과세 8650만원. 증여세 약 865만원
- 아빠가 성년 딸에게 1억원: 5천만 공제 후 5천만 과세. 증여세 500만원
- 아빠가 미성년 아들에게 1억원: 2천만 공제 후 8천만 과세. 증여세 800만원
배우자 사이만 저렴하다. 자녀로 내려가는 순간 공제가 10분의 1로 줄고, 형제·친척으로 가면 1천만원이 전부다. 친한 친구끼리 1억씩 모아 공동구매를 했다고 주장하려면 각자 1억에 대해 증여세 900만원씩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공동구매를 어떻게 증명할까
세법에는 이름과 실질이 다를 때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원칙이 있다. 국세기본법 14조, 실질과세 원칙이다. 종이 한 장에 한 사람 이름으로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샀다면, 그 여러 사람 각자가 당첨금의 몫을 가진 것으로 본다. 증여가 아니라 원래 자기 몫을 자기가 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