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숫자들, 화이트데이 주간이 남긴 기록
매년 3월이면 꽃샘추위 사이로 봄이 스민다. 추첨장에도 계절은 있다. 로또 역사에서 3월 추첨은 총 103회. 그 안에서 유독 자주 얼굴을 내민 번호가 있다. 22번, 3번, 15번이 각각 20회씩 등장했고, 11번과 39번이 18회로 뒤를 이었다. 보너스볼에서는 33번과 11번이 5회씩 불렸다. 어쩌면 3월에는 3월만의 리듬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리듬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간이 있다. 화이트데이 주간, 3월 11일부터 17일 사이에 추첨이 걸린 회차들이다.
1-2-3이 나란히 나온 밤
2017년 3월 11일, 745회 추첨 결과는 기묘했다. 1, 2, 3, 9, 12, 23. 앞 세 자리가 연번으로 나란히 섰다. 1-2-3 조합은 많은 사람이 "설마 이게 되겠어" 하며 찍는 번호다. 그날 그 설마가 현실이 됐고, 1등 당첨자는 20명이었다. 1인당 수령액은 약 7억 5천만 원. 당첨금이 쪼개질수록 같은 꿈을 꾼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다.
3년 뒤인 2020년, 추첨일이 정확히 3월 14일과 겹쳤다. 902회차, 번호는 7, 19, 23, 24, 36, 39. 화이트데이 당일 추첨이라는 사실 말고는 평범해 보이는 조합이었지만, 1등 13명이 나왔다. 누군가는 "이 번호 어때?" 하며 나란히 용지를 채웠을 수도, 소중한 사람의 선물을 고르러 나갔다가 계산대 옆 로또 한 장을 슬쩍 집었을 수도, 또는 혼자 조용히 펜을 굴렸을 수도 있다. 추첨기는 그런 사정을 모른다.
기록은 반복되지 않지만, 숫자는 돌아온다
2019년 850회(3월 16일)에서는 1등이 6명뿐이었고, 1인당 약 33억 8천만 원이 돌아갔다. 화이트데이 주간 역대 최고 개인 수령액이다. 반면 2022년 1006회(3월 12일)는 9명이 약 28억 6천만 원씩 나눴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163회(3월 15일)에서는 15명이 약 19억 4천만 원을 각각 가져갔다.
흥미로운 건 이 주간 당첨 번호들을 겹쳐 보면, 3월 전체 최다 출현 번호들이 꽤 섞여 있다는 점이다. 39번은 850회와 902회에서 연달아 등장했고, 15번은 1006회와 1163회에 모두 포함됐다. 11번 역시 1006회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3월의 흐름 속에 화이트데이 주간도 포함되어 있을 뿐, 특별한 마법 따위는 없다. 숫자는 감정을 모르니 말이다.
다만 기록은 남는다. 1-2-3 연번이 터진 밤도, 당일 추첨에 13명이 동시에 웃은 밤도. 이번 주에도 누군가는 용지 앞에서 펜을 쥘 것이다. 당신이 고른 그 여섯 자리, 3월의 기록 어딘가에 겹쳐 있을까.